1달동안 ZUK Z2라는 중국 듀얼심폰을 사용해와서 글로 정리를 해보게 되었다.
중국폰 한번 써볼까?
9월에 Dual SIM 핸드폰을 찾고 있던 와중에 플래그쉽 듀얼심폰을 사려면 거의 다 $600+ 비용이 들었고 그나마 저렴하다는 OnePlus 3도 $519였기 때문에 저렴하다는 중국 브랜드 핸드폰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물론 OnePlus도 중국회사고 화웨이, 모토롤라, ZTE, 알카텔 등등 북미에서 판매중인 중국폰들도 있었지만 나는 북미에서는 공식적으로 팔지 않는 저렴한 중국폰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 그런 폰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몇몇 회사 폰들이 눈에 들어왔다.
1. 샤오미: 중국폰 하면 이제 바로 떠올려질 만큼 유명해진 중국 브랜드이다. 2016년도에 들어오면서 샤오미 홍미 노트 3 프로는 가성비 최고의 폰이라고 정말 많이 들었었고 예전엔 그냥 싼맛으로 썼다면 이젠 그래도 메인폰으로 쓸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소문도 꽤 들었기 때문에 고려하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홍미 노트 3 프로 (Redmi Note 3 Pro)와 미 맥스 (Mi Max)가 눈에 띄었다. 둘 다 듀얼심 지원이 되고 커스텀 롬 (Custom ROM) 개발이 꽤 활발하며 리뷰어들의 평이 꽤 좋았고 <$300 인 가격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2. ZUK: ZUK은 아마 생소한 브랜드일텐데 2015년 5월에 설립된 레노보 (Lenovo)의 자회사인 중국 핸드폰 회사다. 이 회사의 Z2라는 폰은 많이 알려진 폰은 아니지만 듀얼심 지원 되고 9월 말에 인도에 Z2 Plus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는데 복잡한 중국롬이 아닌 좀 더 안드로이드스러운 인도판 롬이 탑재됐는데 이게 중국판 Z2에도 문제 없이 깔 수가 있다는게 매력적이었다.
3. LeEco: 중국 인터넷 업체인 러에코 (LeEco)가 가성비 높은 폰을 판매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알아보았다. Le Max 2와 Cool1 Dual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스펙이 시대 흐름을 잘 알고 가는 것 같아서 끌렸다. 특히 Cool1 Dual은 LG G5/V20, Apple iPhone 7+와 같이 듀얼 카메라가 달려서 관심이 갔다.
결정하기
평상시에 결정을 쉽게 잘 못내리는 나는 이번에도 역시 핸드폰 구입에 있어서의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샤오미 홍미 노트 3 프로: 구글링을 해보니 듀얼심이 되기는 하는데 한쪽 SIM에서 LTE 데이터를 쓰면 다른쪽 SIM은 2G로 통화/문자를 해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캐나다에선 곧 GSM 네트워크를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을 거라는 소식.
샤오미 미 맥스: 다 좋은데 크기가 6.44인치.. 잠시 써봤던 Sony Xperia Z Ultra와 같은 크기라 조금 부담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나는 너무 큰 핸드폰은 평상시에 들고다니기 힘들어 한다.
LeEco Le Max 2: iPhone 7/+처럼 3.5mm 헤드폰잭이 없다. 거기다가 5.7인치 QHD에 3100 mAh 배터리...
LeEco Cool1 Dual: 중국폰은 카메라를 포기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괜히 듀얼카메라에 혹해서 샀다가 후회할게 보였다. 듀얼카메라가 달렸다고 다 LG G5같은 훌륭한 사진이 나오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역시나 나중에 알고보니 무늬만 듀얼카메라였다는... 안 사길 정말 다행.. 휴;;)
- ZUK Z2: 5인치 FHD에 3500 mAh 배터리. 스냅드래곤 820, 64GB 용량에 4GB 메모리. 헤드폰잭이 하단에 달려있는 점. 레노보 자회사라 소프트웨어 지원이 러에코보다는 좋을 거라는 점. CM13, RR 등 커스텀 롬이 이미 나와있었다는 점 등이 작용을 해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구매하기
원래는 aliexpress에서 구입하려고 했지만 배송비와 쿠폰과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 Gearbest라는 곳이 더 싸길래 결국 9월 말에 Gearbest에서 CAD $350에 구매를 했다. (USD $260정도였는데... 캔달러 환율...ㅠㅠ) 특이하게도 캐나다 포스트 배송 옵션이 있길래 골랐는데 빨리 오지는 않았고 주말 합쳐서 보름 조금 넘겨서 10월 11일에 도착했다.
사용하기
외관: 
검은색 전자제품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흰색을 골랐는데 포장을 뜯고 본 첫 느낌은 "오호~ 꽤 괜찮은걸?" 이었다. 앞면에 로고가 아무것도 없어서 좋았고 뒷면에도 ZUK 달랑 하나 써져있다.
그리고 내가 진심을 다해 극도로 혐오하는 카툭튀가 없다 ♥. 다른 곳이 아무리 예뻐도 카메라가 툭 튀어나와 있으면 디자인을 다 망쳐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카툭튀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헤드폰 잭이 하단에 달려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을 때 상단을 밑으로 가게 넣는데 헤드폰 잭이 하단에 달려있으면 핸드폰을 굳이 거꾸로 넣을 필요도 없어지고 줄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이어폰이 고장날 일도 없어져서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홈 버튼 겸 지문인식 버튼이 앞면에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핸드폰을 책상에 놔두고 사용할 시 그냥 손가락만 갖다 대면 화면이 켜지고 바로 락이 풀리는 것은 정말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화면 크기. 5인치 핸드폰은 이제 정말 찾기 힘들어졌다. 아이폰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플래그쉽 폰들이 5.2인치 이상이고 5.5인치가 제일 찾기 쉬워져버린 시대가 되었다. 핸드폰 네이밍만 봐도 5.0 ~ 5.2인치 폰들이 mini 라는 이름을 들고 나온다. (거기다 스펙은 또 다운시켜서 스냅드래곤 800대는 거의 절대 안 달아준다 ㅡㅡ) 부담없이 들고다닐 수 있고 주머니에 넣어도 불편하지 않은 5인치의 화면 크기가 이 핸드폰의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스펙:
대부분 여기 다 나온다 → http://www.gsmarena.com/lenovo_zuk_z2-8125.php
덧붙이자면,
LTE Band: 나는 캐나다에서 Rogers 네트워크를 쓰는 Zoomer Wireless와 Fido를 쓰고있기 때문에 4G를 쓰려면 LTE band 4, 7, 17이 필요하다. ZUK Z2는 그 중에 band 4와 7을 지원을 한다. 앞서 언급한 두 회사의 심카드를 직접 넣어보니까 LTE 신호 잡고 쓰는데 문제는 전혀 없었다.
듀얼심: 심카드를 두개 넣으면 각 심카드로 무엇을 할건지 설정이 가능하다. 나같은 경우는 Zoomer로 통화와 문자를 하고 Fido로 데이터를 쓰게끔 설정해 놨는데 설정대로 잘 작동한다.
통화 품질: 문제 없다. 설정에서 VoLTE도 활성화 시킬 수가 있는데 이건 통신사에서 지원을 해줘야 되는걸로 아는데 확실히 되는지 안 되는지는 모르겠다.
WiFi & Bluetooth: 매우 잘 잡는다.
NFC: 없다.
스냅드래곤 820: 악명높은 스냅 810, 808 따위를 넣지 않고 다른 회사처럼 5인치의 "작은" 폰에 430, 617, 650, 652 같은것도 넣지 않고 820을 넣어준 ZUK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4GB RAM: 이전에 쓰던 폰이 모토롤라 Moto E 2세대 LTE버전이었는데 램이 1기가였다. 매번 리프레쉬랑 램부족 현상으로 고생했다. 이제는 4GB라서 앱을 이것저것 다 켜놔도 리프레쉬가 된 기억이 없다.
64GB 저장 용량: 모토롤라폰 쓸 때는 8GB밖에 없었어서 앱을 깔고 싶어도 못깔았던 슬픈 기억이 있다. 외장 micro SD카드를 지원을 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음악, 영상, 이것저것 다 넣어다니질 않아서 충분히 만족하는 용량이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요즘 플래그쉽에 달려나오는 UFS가 아니라 eMMC를 쓴다는 점. 딱히 느리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은 없어서 딱히 상관하지 않는 부분이다.
카메라: 역시 중국폰이다. 저조도 촬영시 노이즈가 심하게 생긴다. (그렇다고 밝은 환경에서 찍을 때 딱히 잘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 ㅎㅏㅎㅏ;;;)
배터리: 매우 만족한다. 5인치 FHD에 3500 mAh 라서 안 좋기가 더 힘들 정도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50~80%정도고 밤에 자기 전에 30%대 미만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U-Touch: 전면 홈 버튼겸 지문 인식 버튼인데 지문 인식 속도도 빠르고 인식률도 매우 좋다. 그냥 터치하면 Back 버튼이고 그냥 누르면 Home 버튼이다. 거기에 또 폰에서 이 버튼을 다양하게 설정 할 수가 있다. 길게 터치, 길게 누르기, 두번 누르기, 왼쪽/오른쪽으로 슬라이드 를 설정을 할 수가 있는데 나같은 경우는
- 길게 터치: 화면 끄기
- 길게 누르기 & 두번 누르기: 어플 멀티태스킹 화면으로 가기
- 왼쪽/오른쪽으로 슬라이드: 그 전/후 어플로 이동하기
로 설정을 해놓았다. 이 버튼이 적응만 되면 정말 엄청 편해진다. 개인적으로 획기적인 ZUK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루팅/부트로더 언락/벽돌 복구법/커롬 같은 정보는 http://zukfans.eu/community/forums/zuk-z2.5/ 에 자세히 나와있다.
커롬별 장단점은: http://zukfans.eu/community/threads/rom-comparison-zui-cn-ind-cm13-cm14-mokee-rr-aokp.507/
한달간 중국롬, 인도롬, CM13, RR 이렇게 4가지의 롬을 써봤는데 중국롬은 사실 너무 불편해서 쓸게 못되는 것 같고 부트로더 언락없이 쓸려면 인도롬을 추천하고 굳이 커롬을 써야겠다 하면 RR (Resurrection Remix)를 추천한다. RR도 CM 베이스긴 하지만 세팅을 조금 더 자유롭게 구체적으로 할 수가 있어서 더 쓰기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다시 인도롬으로 돌아와서 루팅해서 쓰는중인데 커롬에 비해서 딱히 불편한 점을 못느껴서 당분간은 커롬질은 안 할 것 같다.
글을 마치며
중국폰. 저가에 좋은 스펙을 달고 나왔지만 정작 리뷰를 보면 다들 "딱 가격만큼 한다"고 했다. 나도 동의한다. 스펙 자체는 좋지만 소프트웨어에서 대기업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ZUK Z2도 마찬가지. 카메라 센서를 좋은걸 달아놔도 그만큼 뽑아내질 못한다. 괜히 삼성, LG, 애플이 아니다. 그리고 A/S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면 아예 사지마라고 하고싶다. 공식적으로 발매도 안 된 캐나다에서 무슨 A/S를 받겠는가.
하지만 안드로이드 6 마쉬멜로와 스냅드래곤 820 덕분에 성능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분들은 한번 사용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 핸드폰 자유자재로 갖고 놀 수 있는 사람 (XDA같은 인터넷 포럼에서 정보 얻어서 루팅, 부트로더 언락/리락, 벽돌 복구, 정식롬 올리기 등등)
- 저렴한 듀얼심 폰을 사고싶은데 스펙을 희생하고 싶지 않은 사람
- 핸드폰 언어가 영어로 설정돼있어도 문제 없는 사람
-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 잘 안 나와도 상관 없는 사람
아래와 같은 분들은 구입하지 마라고 권유 드리고 싶다:
- 핸드폰 사면 있는 그대로 쓰고 싶은 사람
- 핸드폰 케이스를 쉽게 구하고 싶은 사람
- A/S나 소프트웨어 지원을 받고 싶은 사람
사실 나같은 경우는 듀얼심폰이 필요했던게 제일 큰 이유인데 대기업 플래그쉽 듀얼심폰은 인터넷에서 싸게 파는 것도 $550+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택스 13%가 붙는다면 죄다 $600+이 되는데 ZUK Z2는 $350에 택스도 안 붙어서 구매 욕심이 생긴 케이스다. 구매 결정은 각자가 하는 것이지만 관리 잘 된 중고폰 사는게 중국폰 사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시길. 돈 몇푼 아끼려다가 더 큰 돈을 들여야 할지도..